2030전략 권고안 수립을 위한 국제 대화 및 해당 권고안에 대한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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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if d.a


2020년 11월 21-22일, 12월 8-9일, 2021년 1월 23-24일 세번에 걸쳐 위키미디어 재단에서 개최한 이른바 ‘국제 대화’가 개최되었습니다. 이 행사는 그동안 일부 위키미디어 운동가들에게만 제한되었던 참가를 더 많은 위키미디어 참가자들을 위해 개방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 요소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이벤트, 또한 해당 이벤트를 통해 형성된 총의가 재단과 우리 위키미디어운동의 목표인 모든 지식의 총합과 부합하는지에 대해 저는 의심을 표명합니다. 저는 이번 전략안과 이니셔티브들이 2017년 전략 권고안 당시 제시되었던 기준들에서 후퇴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당시 이벤트 모두를 통해 저는 영어를 발화하지 않으면 발언권이 없는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느꼈습니다, 다시 말해 더 많은 언어권의 참가자들이 촉진되어야 했던 이번 이벤트에서, 모든 위키미디어인들은 충분히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포함하여 이 글에서 저는 이번 국제대화를 통하여 도출된 권고안 및 특정 이니셔티브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고자 합니다.

영어 중심의 의사구조결정 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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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아직까지는 영어로 말하는 것보다 영어로 읽고 글 쓰는 것이 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이벤트를 통해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던 상황은 제가 참여했던 모든 이벤트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모든 대화는 영어를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제공되었으며(물론 메인룸에서 실시간 자막을 제공해 준 점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Breakout room에 있을 때마다 진행되는 이야기를 점점 이해하기 힘들어졌습니다. 특히 1월 이벤트에서는 아예 채팅을 통한 발언을 금지하였는데, 이번 조치는 동시통역을 제공받지 못했던 사람이 사실상 이벤트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번 조치가 명백한 차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용자들이 참여해야 하는 이벤트의 특성상 더 많은 언어권의 사용자들을 조정하는데 줌이나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 한계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이벤트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재단에 다음번부터는 굳이 2개 이벤트에 모든 참여자를 쑤셔 넣을 것이 아니라, 지역권 별로 3-4개로 다듬어 보다 더 적당한 이벤트를 기획하기를 강력히 요청합니다. 또한 재단이 비영어권 언어 사용자들을 포함하는 것이 위키미디어 운동 확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촉구합니다. 위키미디어 운동은 더 이상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만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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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가진 위키미디어인들은 그동안 위키미디어 운동에서 비교적 많은 참가를 진행하였지만 장애인들은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하였습니다. 감각적 장애를 가진 장애인 중에서는 미국수어 위키백과가 인큐베이터에 있지만, 수어를 보여주는 것 대신에 부호를 편집하는 것에 불과해 부호를 익히지 않은 수어 사용자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한 시각 장애당사자에 대한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연구도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이 아니라, 시청각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에 절망합니다. 특히 정신적 장애를 가진 위키미디어 편집자들은 편집이나 정책, 문서에 대한 생각으로 인해 기존 공동체와 대결할 위기에 처해 있으며, 그에 따라 정신적 장애인들은 다른 새 사용자보다 더 빨리 위키미디어 프로젝트를 떠나거나, 특히 쉽게 차단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2017년 권고안부터 시작해서 재단은 장애를 가진 위키미디어인들에 대해 어떠한 관심도 가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현재의 3번 목표와 관련된 이니셔티브들, 특히 16번 이니셔티브인 보편행동규약은 현재 시점에서 장애인이 위키미디어 프로젝트들에서 겪을 수 있는 차별과 배제를 막아줄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저는 이번 이벤트에서 시청각 특성과 정신적 특성을 지닌 위키미디어 기여자들에 대한 논의를 당사자들만 말할 수 밖에 없었고, 재단은 매우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 항의합니다. 저는 클러스터 E 이벤트에서 제시하였듯이 재단이 장애 위키미디어인들의 사용자 경험에 대한 지원금을 통한 객관적인 조사를 시작하고, 별도의 이니셔티브 이벤트를 시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소외된 커뮤니티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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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이니셔티브(과소대표 커뮤니티에 대한 자금 지원)와 38번 이니셔티브(과소대표 커뮤니티를 위한 콘텐츠 이니셔티브)는 소외계층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시작하는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번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까지 과소대표 커뮤니티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클러스터 E 이벤트에서 정리하게 된 바에 따라 다음과 같이 위키미디어 운동에 대해서 소외계층을 나눠서 정리할 것을 제안합니다.

  • 미대표 커뮤니티 : 위키미디어 기여를 하지만 위키미디어 정책이나 이니셔티브 차원의 노력 자체도 없었던 집단을 의미합니다. 이 의미에 가장 부합하는 그룹은 장애당사자 그룹일 것입니다.
  • 과소대표 커뮤니티 : 이 분류는 세 가지로 나눠집니다.
    • 첫째로, 위키미디어 운동에서 발언권을 덜 가지고 있으며, 또한 편집자들 또한 위키미디어 운동 참가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우리가 여러 번 논의했듯이, 한국어나 일본어 위키미디어 공동체가 여기에 해당될 것입니다.
    • 둘째로, 다수의 국가와 언어, 문화를 포함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역을 떠나 구미지역에 정착한 난민의 경우 여러 국가에 나눠 살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언어와 문화에 차이가 발생할 것입니다. 또한 에스페란토 화자와 같이 국가와 문화 모두가 다른 사례가 있습니다.
    • 셋째로, 소수언어 커뮤니티와 같이 사람의 수 자체가 적은 경우를 의미합니다. 여기에는 제주어스코트어 같은 사례가 포함될 것입니다.

이 네가지 그룹의 접근 방법은 전부 달라야 할 것입니다. 미대표 커뮤니티의 경우 우선 이니셔티브 시작에 앞서 연구조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최근 승인된 보편행동규약에 맞춰 해당 커뮤니티에 있다고 여겨지는 위키미디어 편집자들이 경험한 UX, 특히 일반 위키미디어 커뮤니티에 의해 받은 정신적 침해 정도를 분명히 조사하여야 합니다. 과소대표 커뮤니티의 경우 1그룹의 경우에는 위키미디어 재단과 자신들이 전혀 동떨어져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재단과 해당 지역 커뮤니티와의 접촉 빈도가 늘어나야 합니다. 2그룹의 경우에는 온라인을 통해 해당 커뮤니티들을 조직하는 행사가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3그룹의 경우에는 해당 언어사용자가 얼마나 위키미디어 프로젝트에 헌신하는지에 따라 여러 가지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40번 이니셔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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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저는 40번 이니셔티브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나타냅니다. 그 이전에, 우리가 이미 정리했어야 했던 질문과 마주치고자 합니다. 위키미디어 공동체는 현재 구축해야 하는 모든 지식의 총합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지식의 총합이, 다시 말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앎을 어떻게 조화롭게 총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것이 2017년 권고안이 결국 성과를 얻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었던가요?

한국어 위키백과 내부의 비생산적인 문화에 지쳐서 제 지식을 모든 지식의 총합에 기여하기 위해 별도의 집단지성 위키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의 입장으로서, 위키백과처럼 사람의 마음을 비참하게 만들거나, 끝없는 토론에 지치거나, 혐오에 지쳐 위키미디어 프로젝트를 떠나기 십상인 프로젝트보다 모든 지식의 총합을 증대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쉽게 기여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켜야 하는 여러 가지의 입장, 특히 자유저작권 수호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다만 새 이니셔티브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로 제목에 있어서 여러 개의 제목을 지원해야 합니다. 위키백과에서 하나의 문서에 하나의 이름만 허용하는 정책은 수많은 분쟁과 노력 낭비를 불러왔습니다. 둘째로 여러 가지의 입장을 공정하게 기재하는 것을 넘어서서, 여러 가지 입장 모두를 객관적이면서도 충분히 기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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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미디어 프로젝트와 같이 분노와 마음의 상처를 품으면서도 헌신할 수 밖에 없는 프로젝트가 많지 않습니다. 저는 한국어 위키백과라는 공동체에 적응하기 위해 긴 시간동안 싸움과 끝없는 토론을 거쳐야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마 그런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만약 제가 한국어 위키백과를 떠나게 되어 제가 다른 공동체에 가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저는 그 공동체에 적응하기를 포기하고 아마 위키미디어 프로젝트 자체를 떠날 것입니다. 아니, 제가 KWA와 함께 하기 때문에 위키미디어 공동체에 남아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위키미디어 프로젝트가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것보다, 해야 하면서 동시에 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하는 목표,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나 된 공동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모든 지식의 총합을 구축하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p.s 10번 이니셔티브 이야기를 빼먹었군요! ㅠㅠㅠ 다만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까 봐 그만 둡니다.